📘 Crying in H Mart 독후감
– 음식과 사랑, 그리고 엄마를 이해해가는 이야기 –
『Crying in H Mart』를 읽고 나서,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. 책을 읽는 내내 마음 한쪽이 묵직했고, 때론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. 이건 단순히 슬픈 이야기가 아니라, 사랑을 이해해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였다.
사실 나도 대학교 1학년 때 엄마가 난소암 진단을 받았던 적이 있어서 그런지, 미셸 자우너의 이야기가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. 그녀가 엄마를 그리워하면서 한국 음식으로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모습과 그녀가 H마트에서 울었다는 장면이 정말 마음에 와닿았다.
책에서 가장 놀랐던 건 음식 묘사였다. 김치, 갈비찜, 미역국 같은 요리 하나하나를 묘사하는데, 그게 단순히 ‘맛있다’는 표현이 아니라 엄마와의 추억, 사랑, 그리고 정체성을 꾹꾹 눌러 담고 있더라. 음식을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가 엄마와의 대화처럼 느껴졌고, 그게 참 따뜻하면서도 슬펐다.
그리고 또 하나. 이 책이 정말 좋았던 건, 엄마에 대한 사랑을 진짜 솔직하게, 현실적으로 표현했다는 거다. 특히 아시안 엄마들이 자식들한테 쉽게 상처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, 사실은 그 안에 사랑이 숨어 있다는 걸 다루는 부분이 정말 인상 깊었다. 나도 엄마한테 상처받았다고 느낀 적이 있었지만, 돌이켜보면 그게 다 사랑이었던 걸 이제서야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다.
이 책을 통해 ‘엄마’라는 단어가 조금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. 슬펐지만, 그만큼 위로도 되는 이야기였다. 오랜만에 마음 깊숙이 스며드는 책을 만난 기분이다.
📘 인상 깊었던 인용문 + 감상
1. “누군가를 아무리 깊이 사랑하더라도, 혹은 깊이 사랑받는다고 믿더라도 절대 네 전부를 내주어서는 안 된다. 항상 퍼센트는 남겨두어라. 네 자신이 언제든 기댈 곳이 있도록.”
→ 관계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느꼈다. 사랑과 거리 두기는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.
2. “한국 엄마들은 서로를 자기 아이의 이름으로 불렀다. 나는 그분들의 진짜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다. 자신의 정체성이 자기 아이들에게 흡수되어버린 것이다.”
→ 나도 엄마를 늘 ‘엄마’라는 역할로만 바라봤던 것 같다. 그 안에 한 사람의 이름과 삶이 있다는 걸 깊이 생각해본 적은 많지 않았다. 이 문장을 통해 엄마를 한 명의 여성으로, 사람으로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.
3. “그 부츠가 떠올랐다. 내가 발이 까지지 않고 편안하게 신을 수 있도록 엄마가 미리 신어 길들여 놓은 부츠가. 나는 이제 어느 때보다도 간절히 바랐다. 부디 내가 대신 고통받을 방법이 있기를, 내가 얼마나 엄마를 사랑하는지 엄마에게 증명할 수 있기를.”
→ 평소엔 보이지 않았던 엄마의 세심한 배려가 떠올랐다. 그 작고 조용한 사랑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.
4. “나는 엄마가 김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는 절대 사랑에 빠지지 말라고 주야장천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. 너한테서 항상 김치 냄새가 날 거야. 그 냄새가 네 땀구멍으로 배어나올 테니까. 엄마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말했다. ‘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당신이다.’”
→ 유쾌한 말투였지만, 음식과 정체성을 연결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. ‘엄마다운 방식’으로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 것 같았다.
5. “우리가 공유한 문화는 내 심장 속에, 내 유전자 속에 펄떡펄떡 살아 숨쉬고 있었다. 나는 그걸 잘 붙들고 키워 내 안에서 죽어버리지 않도록 해야 했다. 엄마가 가르쳐준 요훈을, 내 안에. 내 일거수일투족에 엄마가 살아 있었다는 증거를 언젠가 후대에 잘 전할 수 있도록, 나는 엄마의 유산이었다.”
→ 엄마가 내 삶 속에 어떻게 녹아 있는지를 돌아보게 됐다.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곧 엄마의 흔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.
6. “저 깊은 곳에 존재했을 수도,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기억을, 혹은 어떻게든 내가 접했을 엄마의 기운을 더듬으면서, 이모가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게 느껴졌다. 지난 한 주 동안 내가 이모에게서 찾으려 하던 것이었다. 이모가 나의 엄마도, 내가 이모의 동생도 아니었지만, 그 순간 우리는 서로에게 그다음으로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.”
→ 상실을 공유한 두 사람이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. 피보다 중요한 연결이 있다는 걸 느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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